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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생각하고 쓰고

모두의 건강을 생각하자 - <예방의학의 전략> 서평

by 타라와 2011. 6. 26.


예방의학의전략
카테고리 기술/공학 > 의학 > 의학이론 > 예방의학
지은이 제프리 로즈 (한울아카데미,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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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형평성학회 소식지에 실은 <예방의학의 전략> 서평입니다.

1. 정상-비정상 구분에 대한 기억


대학 시절을 기억해보면, 그 때 배웠던 질병에 관한 인식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되었던 것 같다. 해부병리학에서 배우고,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 외워야만 했던 정상과 비정상의 형태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알게 되었던 병리적 상태의 기준. 그리고, 예방의학에서는 선별검사에서 필요한 절단값(cut-off value)에 대해 배웠다. 이러한 주제들은 고혈압과 같은 질환의 분포, 어디서부터 질병으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품고 있었다. , 신체적 상태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연속이 존재한다. 지금 생각하면, 분명, 병리학에서도 질병의 발생과정을 배웠고, 질병의 구분이 가장 명확한 암에서도 여러 단계의 과정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질병에 대한 나의 통찰은 부족하였다. 의학 내에서도 이렇게 질병을 바라보는 시각은 서로 달랐었다.


2. 제프리 로즈의 인구 집단 전략

제프리 로즈는 의사, 역학자로 영국의 런던열대의학위생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1993년 사망하였다. 그는 심혈관질환에 관한 많은 역학적 연구를 발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인구집단 전략을 제시하였다. 이 책은 그가 죽기 1년 전에 발간되었으며, 얇은 핸드북의 형태이지만, 기존의 의학역학적 접근의 변화를 가져온 큰 책이다. 이 책은 먼저 기존의 고위험 전략에 대해 소개한다. 고위험 전략은 전통적인 이분법적 질병 모형과도 잘 어울렸으며, 경제적으로도 실행하기 쉬웠다. 이 전략은 의학적으로도 필요하고, 중요한 관점이지만, ‘고위험자를 선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들고, 실제로 발생 수를 관찰하면 고위험자보다는 저위험자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점, 어떤 위험요인이든 분류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 모호함을 내포하고 있으며, ‘모두의 건강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약점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러한 약점들을 제시한 뒤 인구 집단 전략이 제시된다. 인구 집단 전략은 집단 전체의 특성을 변화하여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 인구까지 포함하여 모두의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것이다. , 고위험 전략이 특정 집단들의 신체적, 정신적, 개인 생활 행태 등을 교정하도록 노력한다면, 인구 집단 전략은 전체 인구가 영향을 받는 요인들을 발견하고 이를 제거하거나 줄이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사실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흔히 이야기하는 위생에 관한 논의, 식수의 수질 향상을 통해 수인성 전염병이 줄어드는 방법, 사회의 경제적 역량이 증가하여 인구의 전반적 영양 수준이 향상되어 결핵과 같은 전염성 질환이 줄어드는 것 등이 이 전략과 맥락을 같이 한다.


3. 최근 의학의 경향

유전학의 발달, 신체의 여러 기관들에 대한 검사 기법의 발달로 개인의 신체적 건강에 대한 정보는 폭증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들은 개인 단위로 결합하여 맞춤형 건강검진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 고위험 전략과 인구 집단 전략의 합의할 수 없는 영역은 차치하고서라도 모두의 건강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특정 집단에 대해서 과도한 서비스가 제공되거나, 일부에 대해서는 과소 서비스가 제공되는 가운데, 인구 전체가 노출되고 있는 위험 요인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은 전문가로써의 직무 유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4.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이 책은 17년 전에 발간되었지만, 지금에 비추어도 건강에 대해 상당히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책의 서두에는 우리가 질병 예방을 생각해야 하는 인도주의적 논거를 이렇게 제시된다. 아프거나 죽는 것보다는 건강한 것이 낫다. 이것이 예방의학에 대한 유일하고 지정한 논거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또한, 비르효가 말했던 것처럼 로즈도 다음과 같은 말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질병의 일차적 결정요인은 주로 경제적이고 사회적이며, 의학과 정치는 분리될 수 없으며, 분리되어서도 안 된다.” 건강의 사회경제적 요인들을 밝히고 건강의 불평등을 강조하고 해결하도록 촉구하는 것은 단지,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나타내는 것을 넘어서 인구 전체의 건강 상태를 개선하고자 하는 또 다른 전략인 것이다. 인구 집단 전략, 질병의 연속성, 건강의 사회경제적 요인에 관한 제프리 로즈의 이러한 주장은 사람의 건강에 관심이 있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시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일부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여 사회의 건강 수준을 향상시킬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해법은 인구 집단 전체가 공통으로 영향을 받는 요인들을 밝히고 이를 제거하거나 줄임으로써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하겠다.


5. 마치며

고백컨대, 난 책의 저자 제프리 로즈의 약력과 그의 저서, 연구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의 다른 저자인 케이-티 콰와 마이클 마못은 그의 제자들이다. 제프리 로즈에 대해 잘 몰랐던 것에 대해 마이클 마못 세대라고 애써 위안해본다. “예방의학의 전략을 다 읽고 나서 온라인 서점에 예방의학을 검색해보았다. 이 책은 제목에 예방의학이 들어간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도서(의과대학생들을 위한 문제집들을 제외하고)이다. 우리나라에서 예방의학의 지평이 좀 더 넓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또한, 개입의 대상으로써 인구 집단을 제시한 제프리 로즈의 관점을 생각하며, 최근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복지정책 문제들(무상의료, 무상급식)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